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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번 명화 × 함께쓰는 밤

함께쓰는 밤 전시장/쓰밤4 (2020)

by LucWriter 2021. 5. 24.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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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 Portrait of Pablo Picasso, Juan Gris

 

 

 


 

 

 

첫문장n최현수

 

캐비어를 잔뜩 먹었더니 배가 부르네. 이러니 옷을 오버핏으로 입을 수밖에 없지. 아이고, 카드가 어딨더라? 아무튼 간에 카드를 발명한 친구는 아주 칭찬해. 안 그랬으면 지갑도 오버핏으로 들고 다녀야 했을 거잖아? 껄껄껄.

 

 

 

#만족스러워하는남자 #풍만함

 

 

 


 

 

 

정뱅이n김은정

 

"그 기분이 뭔지 잘 모르겠어요. 슬프기도 하고 조금 화가 나는 것 같기도 하고 뭔가 무섭기도 했어요. 마음이 그렇게 복잡했는데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니까 또 기분이 나아졌어요."

 

아빠는 잠시 생각하시더니 흰 종이에 네 글자를 적었다. 宇宙洪荒

 

"이 문장 기억나지?"

 

물론이었다. 천자문의 시작인 '천지현황'의 다음 사자성어 '우주홍황'이다. 아빠가 갑자기 왜 우주 이야기를 하는지 궁금했다.

 

"중국인들은 이 세계를 커다란 집이라고 이해했던 것 같아. 그런데 그 집이 너무 거대하고 휑하다는 걸 깨달은 거야. 나는 인간의 마음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 20세기 후반부터 과학자들은 인간의 뇌를 곧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을 거라고 자신했지. 두려움이나 기쁨 같은 특정한 감정을 관장하는 어떤 부위가 있을 거고 그런 것을 찾아내면 감정의 비밀도 쉽게 밝혀질 거라고 믿었던 거야. 그러나 알면 알수록 그게 간단치 않다는 게 밝혀졌을 뿐이야. 유전자 지도만 알면 인간을 알 수 있다고 믿었던 만용과도 일맥상통하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었지.

 

아무리 간단한 감정이라도 그걸 느낄 때는 뇌와 몸의 모든 부분이 함께 작용해야 돼. 예를 들어 배가 고프면 초조해지고 화가 나지? 소화기관들이 뇌와 신호를 주고받기 때문이거든. 인간의 뇌는 마치 우주와 같아서 알면 알수록 모르는게 많아지고 있어. 철이 네 뇌는 이제 막 생겨나고 있는 우주라고 보면 될 거야. 이해하기 어려운 게 당연해. 너는 네 마음과 감정을 이제 막 알아가기 시작했어. 잘 모르는 게 당연하단다. 하지만 앞으로 많은 것을 경험하고 느끼고 생각하다보면 더 진실하고 깊어질 거야.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돼“

 

작별인사 中_김영하

 

 

 

#복잡한 #우주같은감정 #안심시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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