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밤n김남열
명치 아래 뚫린 횅한 것이
온갖 것을 집어삼킨다
슬퍼할 기회마저 먹어댄다
무엇을 넣어도 허기질 뿐
배설물 조차 남기지 않는다
공허하다
#공허함 #블랙홀
정뱅이n김은정
오늘 하루치의 지성과 감성을 박박 긁어 모두 써버린 지친 밤이었다. 속알맹이 다 빠진 바나나 껍질같이 축 늘어져 이불을 덮었다.
딩딩 울리는 핸드폰에 눈을 뜰까말까 망설이다
액정으로 보이는 그 이름. 냉동실에서 까만 봉다리가 발 등위로 떨어질 때처럼 잽싸게. 일어나 멀쩡한 척 목소리를 가다듬는다. 마치 피곤하지 않았던 것처럼.
집 근처라며, 얼굴 보고싶다는 말에 잠시도 고민하지 않고 나가겠다한다. 예뻐 보이고 싶지만 꾸민 티는 내고싶지 않은 늦은 시간. 서둘러 비비크림을 펴바르고 아이브로우를 옅게 그려본다. 틴트로 입술을 물들이자 화장한 티가 난다. 물티슈로 박박 지워 발개진 입술에 다시 립밤을 엉성하게 문지른다. 제법 내 입술색 같아 보였다. 말리다 만 헝클어진 머리도 틀어올려 가닥가닥 잡아댕겨 동글게 움켜잡았다. 신경쓰지 않은 것처럼.
마침 집 앞이라는 전화에 느긋하게 걸어갔다. 전혀 기다리지 않은 것처럼. 차가운 공기가 감싸고 유독 까맣던 그의 차 창문에 비친 나를 봤다
염병...잠옷을 입고 나왔다.
#한밤중치장 #흑역사 #허술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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