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비n장은비
거긴 어떤 곳이야?
프레임 밖의 세상은 푸르고 아름다웠고 향기로워 보였다. 가보지 못했던 곳 경험해보지 못한 세상에 대한 기대였겠지만, 내겐 늘 그 프레임 밖의 세상이 궁금했다. 프레임 안의 세상도 너무 벅차고 지치는데, 저 밖에는 무엇이 있길래 이토록 반짝거리며 아름답기만 하지 많이 궁금했다. 아주 찰나의 틈에 가만히 창밖을 바라보고 있으면서 삶의 숨을 고르고, 이내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감당해야 할 삶의 무게를 감당했다. 지쳐쓰러져 잠시 눈을 붙였다가, 다시 시작되는 쳇바퀴 같은 일상들이 버거웠다. 나 외에는 아무도 모르는 프레임 속의 생활. 저 밖은 지금 창궐한 바이러스로 인해 피가 낭자하듯 보이지 않는 혈흔들이 가득하다고 뉴스는 열심히 설명하는데, 나는 그 뉴스를 그저 듣기만 했다. 내가 보고 있는 세상의 모습은 전혀 그렇게 암울하지 않았으니까. 저 밖은 꽃도 피고, 벚꽃이 흩날렸고, 습도를 머금은 푸르름을 보이기도 했으며, 노랗고 빨간 잎이 되어 선선한 바람이 불기도 했으니 어찌 평화롭지 않을 수 있을까. 이런 풍경을 어떻게 두려움과 공포가 가득한 삶의 풍경이라고 하겠는가. 그러니, 이제는 이 바쁨과 재촉으로 가득 찬 삶을 잠시 뿌리쳐두고 떠나고 싶다. 프레임 안에 갇혀 사는 것 말고, 저 멀리 밖으로. 매일 보는 익숙한 풍경 매일 보는 영상이 아니라, 더 넓고 아름다운 계절을 누리고 싶었다.
#프레임 #기대하면실망도크다 #내년엔놀수있겠지 #여행가고싶다
첫문장n최현수
누군가가 끝내 나타나지 않을 길을 가만히 지켜보는 것은
미련 때문이 아니라, 그 미련을 완전히 떨쳐내기 위한 작업에 불과하다.
공정은 천천히, 조심스럽게 이루어져야 하고
이미 완성했던 무언가를 미완의 상태로 돌려놓아야만 하기 때문에
재조립할 엄두가 나지 않을 정도로 철저하게 분해할 필요가 있다.
#기다림 #그리움 #혼자만의시간 #먼곳을바라봐야만하는때
정뱅이n김은정
랄라와 아직 하고 싶은 것이 더 많았다. 꽃이 피는 날이면 창문에 서서 꽃구경도 하고 싶었고, 비가 오는 날이면 떨어지는 빗소리도 더 듣게 해주고 싶었다. 여름이 오면 좋아하는 딸기를 실컷 사주겠다는 약속도 했었다. 랄라를 옆에 두고 마음에도 없는 말을 했다. "네가 없는 세상이지만 잘 살게. 다시 만나자"라고 했다. 이렇게라도 해야 랄라를 보내줄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평생 랄라를 마음에 품고 살 것이라는 사실을.
장례식장으로 향하기 전 마지막 날. 나는 랄라의 방석을 천으로 완전히 덮어줬다. 랄라와 함께 했던 사흘 동안 나는 그 어떤 정리도 하지 못했다. 랄라의 용품을 치워버리면 이젠 정말 랄라를 보내야 한다는 마음에 랄라가 좋아하던 간식들도 버리지 못했고, 랄라가 좋아하던 인형들도 치우지 못했다. 차갑게 굳어버린 랄라를 놓아줘야 하는데. 결국 내가 해야 할 일인 것을 알면서도 애써 외면했다.
랄라와 행복했던 순간들을 마음에 새겼다. 시선을 돌리면 방석 위의 랄라가 일어나 다시 내 곁에 올 것 같았다.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랄라는 그 자리에 그대로 누워 있었다.
토끼랑 산다 中_이순지
#반려동물의죽음 #외면 #슬픔
65번 사진 × 함께쓰는 밤 (0) | 2021.05.24 |
---|---|
64번 사진 × 함께쓰는 밤 (0) | 2021.05.24 |
62번 사진 × 함께쓰는 밤 (0) | 2021.05.24 |
59번 사진 × 함께쓰는 밤 (0) | 2021.05.24 |
58번 사진 × 함께쓰는 밤 (0) | 2021.05.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