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비n장은비
평범하게 보이지만, 사실은 평범하지 않잖아요.
아침 출근길 버스에서 늘 듣던 라디오가 흘러나왔다. 자신들의 사랑 이야기를 사연으로 적어 보내면 진행자가 대신 읽어주는 프로였던지라, 아침마다 항상 누군가의 사랑 이야기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다. 어떤 날은 이별한 전 남자친구가 보고 싶단 이야기도 있었고, 또 어떤 날은 자연스럽게 만난 배우자의 이야기도 들었다. 어떻게 만나 결혼했는지 등의 이야기로 채워진 아침은 어째서인지 사랑을 속삭이는 연인을 곁눈질로 바라본 것만 같아서 왠지 마음이 몽글몽글했다. 나도 언젠가 저렇게 할 수 있겠지 생각하면서 애청자인 버스 기사님 덕분에 나 역시도 즐겁게 듣는 중이었다.
오늘도 어김이 없었다, 40대에 만나 뒤늦게 아이를 갖고 이제는 예쁜 아이를 함께 키우는 재미를 알아간다는 한 부부의 이야기였는데, 남편이 그 프로그램의 애청자라서, 아내가 남편 몰래 보낸 사연이었다. 아내는 이런 평범한 이야기도 소개가 될까 싶어서 사연을 보낼지 말지 고민했다고 했다. 예쁘게 마음과 마음이 통하듯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들처럼 들렸다. 평범한 이야기라고 말하는 그들의 일상은 누군가에겐 평범하지 않은 아름다움이었다. 남편은 아내가 보낸 사연을 듣고 있었고, 사연이 끝나고 노래가 흐를 무렵에 방송국으로 답변을 보냈다. 어쩌면 별일 아닌 작은 행동이지만, 그 부부는 오늘 하루가 인생에 기억될 만한 하루가 되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범함을 평범하지 않게 만드는 삶은 행복했다. 작은 것에 감사하고, 함께 있음에 감사할 수 있는 모습이었다. 내가 화려하거나 눈에 띠지 않기 때문에, 잘 놀지 못하기 때문에, 나는 너무 주변 색과 비슷하기만 한 사람이라서, 누군가를 끌어당기는 매력이 없으니까 등등 다양한 이유를 들어가며 나의 특별하지 않은 그저 평범한 삶을 운운하곤 했는데, 굳이 그럴 필요가 있었나 하게 된다. 나의 존재와 가치를 잃어버릴 때마다 주변에서 누군가 응원이라도 하듯 평범한 삶도 괜찮다 말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딱 오늘이 그런 날이었다.
사람이 그리운데 혹시나 하는 마음 때문에 가급적 만나지 않고 살아가는 이 삶이 지루해지기라도 했는지 요즘 들어 부쩍, 곳곳의 대화방에서 쓸데없는 말을 너무 많이 하는 것 같다는 생각에 말수조차 줄이고 말하지 않는 삶을 살아보고자 애를 쓰고 있는데, 그게 썩 달갑지는 않아서 불편했다. 필요에 의해서 안 하는 말이지만, 사실 만나서 수다도 떨고 마음 편하게 얼굴도 보고 밥도 먹고 차도 먹고 싶다. 눈치 안 보고 영화도 보고 노래방 가서 노래도 연습하고, 야구장에서 신나게 소리도 지르고 싶다. 그런 답답함이 자꾸 안으로 스며들어서, 나는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되어버린 것 같고, 이 시국에 할 수 있는 행위가 별로 없어서 아쉽고 그랬다. 내가 나를 사랑하지 못하여, 꽃을 사도 달갑지 않으니 뭔가 사랑받고 싶다는 느낌만 강해진 것 같다. 혼자 바로 설수 있어야 할 텐데 난 아직 누군가에게 의지하려 들었던 것은 아닌가 자책한다. 이 모든 삶이 모두가 겪고 있는 동일한 평범함이 되어버린 게 가장 안타깝다. 원래 우리가 누리던, 온전한 "평범한 일상"이 다시금 찾아왔으면 좋겠다. 베풂에 인색함이나 부족함이 느껴지지도 않았던 그 시기가 그립다.
#평범한행복 #평범한일상 #그마저도행복할것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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