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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번 사진 × 함께쓰는 밤

함께쓰는 밤 전시장/쓰밤4 (2020)

by LucWriter 2021. 5. 24.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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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번 사진

 

 

 


 

 

 

쓰밤n김남열

 

내가 잘 살고 있는 건지,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건지... 37살이라면 68번쯤은 했을 질문. 20살 때부터 분기마다 한 번씩이라 치면 그렇다는 건데, 더 많이 했다면 했을 테지 그보다 적지는 않을 거다. 그냥 그런 날이 있다. 별 대수롭지 않은 질문이 왠지 그날따라 어깨를 결리게 할 때. 인생에 대한 질문이 대수롭지 않은 건 아니지만, 그에 상응한 합리화 기술 덕에 힘들단 생각은 들지 않는다. 한데, 아주 간혹 어깨를 결리게 할 때가 있다. 그날도 어깨가 약간 저릿한 상태였다. 그간 바쁘던 업무에서 약간의 여유를 찾았을 때, 하필이면 요동치는 일교차가 어깨로 스민 탓이다. 보통 감정이 수렁으로 빠진 날엔 아무도 안 만나는 편인데, 이미 잡힌 일정이라 어쩔 수 없이 친구를 만나게 됐다.

 

"나도 작년에 그랬어."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 삶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됐는데, 그놈에게서 나온 소리가 나도 작년에 그랬다는 소리였다. 자기는 다 겪어보고, 다 이겨냈다는 그런 투로 말이다. 삶에 대한 고민이 정말 깊었다면 그렇게 가볍게 입 밖으로 낼 수 있었을까? 여태껏 감정에 맞서 본 적 없이 바쁘게만 살아온 친구라 이해 못하는 건 아니다. 아니, 어쩌면 수 없이 감정에 맞서 왔지만 스스로가 깨닫지 못했을지도 모르겠고. 어쨌거나 친구를 이해한답시고 되려 상처를 받고 싶지는 않았다.

 

"아니, 네가 겪은 것과 지금 내가 생각하는 건 달라"

 

친구가 기분 나쁠 수도 있지만, 내가 마음에 상처를 줄 순 없었다. 딱히, 틀린 말도 아닌 것 같아서 별로 미안한 마음도 들지 않았다.

 

어릴 적 어머니에게 자주 듣던 말이 있다.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알아야지'. 어릴 적 과히 내성적이던 내게 자주 그런 말을 하셨다. 사회생활이 힘들 줄 아셨나 보다. 외골수 성향이 없지 않아 있는지라, 나 할 것만 잘하면 된다 생각하기도 했었으니 말이다. 생각이 바뀐 건 대학을 졸업하고부터다. 학부생 시절부터 실험실 생활을 했던지라 직장생활 후 되려 개인 시간이 많아졌다. 그때부터 삶에 대한, 인생에 대한 고찰이 더 길어졌고, 깊이가 조금씩 생겼다. 10년이 다 돼가는 지금, 사회를 잘 이해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도 알게 됐다. 그리고 사람을 상대하는 데 있어서는, 내 감정이 중요한 만큼 사람들이 싫어할 만한 것들을 인지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라 생각한다.

 

논리적이고 합당한 근거가 있어야 했던 시절을 지나, 감정에 치우쳤던 어떤 시기도 있었다. 다행히 요즘은 적절한 교차점을 잘 찾아가고 있는 것 같다. 두 유형을 논리형, 감정형이라 표현하자면, 대게 딱 봐도 어떤 성향인지 보이는 경우가 대다수고, 완전히 한쪽 성향이라기 보단 적절히 섞여있다. 한쪽으로 심한 경우도 있긴 한데, 경험상 그런 사람들은 대인관계에 문제가 있었다. 혹시나 둘 중 어떤 유형이 더 싫냐고 물어본다면 후자 쪽이다. 사회 초년기에 직장에서 겪었던 일 때문인 것 같다. 자신이 해결해야 하는 일도 제대로 처리 못하면서, 나에게 문제를 제기하는 동기와 언쟁했던 사건들이 아직도 내 머릿속에 강력하게 박혀있다. 이래도 맘에 안 들고 저래도 맘에 안 드는 내 까탈스러움이 더 문제였겠지만.

 

싫어할 수도 없는 친구, 그런 말 아니었다면 무엇하나 맘에 안 드는 구석도 없던 친구에게 실망 후 집으로 돌아오는 길. 친구에 대한 실망감이 아니라, 정답 없는 사회에 적응한 사람들을 그저 센스 있는 사람이라 표현하는 게 전부 일런지라는 생각이 지하철 전경을 거칠고 낯설게 보이게 했다. 삶에 대해 고민한다고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을지, 더 나은 사람은 또 뭔지...

 

 

 

#센스 #삶 #사회생활

 

 

 


 

 

 

쓰밤n김남열

 

퇴근 후 10시쯤이었나. 그날따라 역사 내엔 사람이 없었다. 도착한 지하철에도 한 두 명 정도였을까. 기억에, 그 날 탑승구로 내려오는 길이 참으로 멀었다. 내리막 계단을 가파른 언덕 오르듯 꾸역꾸역 내려왔다. 조금만 빠른 걸음으로 걸어도 탈 수 있었지만, 한대 보내고 나서야 탑승구 앞에 겨우 섰다.

 

늦어도 3분 정도면 다음 열차가 들어올 예정이었다. 한데 3분, 그 날 180초 만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바꾸자라는 마음을 먹은 건 60초 채 되지 않았을 거다. 딱히 직장 상사가 불합리했던 건 아니다. 수긍 가능한 수준이었고, 퇴근시간을 당기자면 충분히 당길 수 있는 여건이었다. 문제는 스스로였다. 과도한 애착이 결과물에 만족감을 느끼지 못하게 했다. 간혹 나도 모르게 남 탓을 하기도 했다. "저 사람만 잘해줬어도 더 좋았을 텐데".

 

투명한 거울에 어둑히 비친 내 모습이 악마처럼 보였다. 어쩌면 그게 내 본모습이었을지 모른다. 회사를 위해, 좋은 관계를 위해 노력했던 시간들은 어쩌면 나를 포장하기 위한 노력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악마 #내면

 

 

 


 

 

 

정뱅이n김은정

 

의외로 막차에는 사람이 없었다.

그 몇 안 되는 사람들 중 절반은

술과 담배 냄새에 찌들어있다.

별 탈 없이 목적지에 도착하기를 바라며,

서로의 취한 모습을 흘긋 본다.

 

천호에서 광나루로 가는 길목 중간쯤

그러니까 한강 아래에서 문자를 보낸다.

'나와'

 

양 끝으로 갈라지는 출구를 따라

터덜터덜 술기운이 가라앉은 몸을 이끌면

군자역 5번 출구였다.

 

어스름한 간판 불빛과

전구색 가로등 아래로 네가 서있었다.

 

귀가가 늦어지는 날마다

10분도 채 걸리지 않던 그 길을

묵묵하게 같이 걸어주었다.

조잘거리며 내 할 말만 남겨두고

그곳을 먼저 떠난 나는,

오래도록 그 마중을 좋은 기억으로 간직했다.

 

남겨진 너의 마음을 모르고

 

 

 

#추억 #무심했던 #미안함

 

 

 


 

 

 

은비n장은비

 

집에 가는 길이에요.

 

오늘 하루가 일주일 중 가장 긴것 같다. 하루종일 밖에서 하루를 보내는 날. 이래저래 사람을 만나지만, 만나서 이야기를 하거나 그런 건 아니고 오롯이 연습하고 배우고 춤추는 시간들의 연속이다. 날마다 집에 갈때면 삼만오천보 이상의 걸음수가 그저 신기하고, 피곤하고 피로해지는 느낌들이 좋기도 하다가 싫기도 하다가 한다. 이게 뭐라고 이렇게 열심히 하냐고 물어보는 사람들도 있지만, 가끔 나도 왜이리 열심인지는 모르겠지만 하고 있으면 행복하고, 사랑에 빠진 기분이라서 더 그렇게 열심히 하는건가 생각한다.

 

사랑은 못해도 춤은 잘 추고 싶은 사람. 잘추면 사랑에 빠질까 싶었는데 잘 춘다고 사랑에 빠지는 건 아니고 심장이 두근거릴 일이 잦아질 뿐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그저 나는 나로서 그렇게 온전히 서있고, 춤추는 것 이외에 나를 달리 규정하지 않는 그 모든 사람들과 순간들이 행복하다. 그러니 항상 오는 이 지하철 역에만 오면 그렇게 두근거리는 거겠지. 나에게 춤은 그런 거겠지.

 

 

 

 

#사랑과춤의경계 #열정을쏟고난후 #마음 #몸도지침

 

 

 


 

 

 

첫문장n최현수

 

지하철 문이 열린다. 수많은 사람들이 보인다. 아침마다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과 마주치는데, 이들과 내가 아는 사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 하루에 그렇게 스쳐지나가는 사람들이 도대체 몇 명일까. 우리는 동시대를 살아가는데 그럼에도 각자만의 삶을 살고 있기 때문에 서로에게 관심을 갖지 않는다.

 

 

 

#무관심 #알아도모르는 #개별적인

 

 

 


 

 

 

알미트라n박준형

 

일상.

난 이 단어의 소중함을 잘 안다.

한창 철없던 시절에는 나 역시 남들과 동일한, 적어도 못지않은,

아니, 사실은 웬만한 이들보다 더 나은 일상을 살 수 있을 거라 믿었다.

 

세상살이에 대한 몰이해와 스스로에 대한 교만은 나에게 일상이란 단어의 가치를 잃게 했다.

그 시절 나에게 이 단어는 당연히 보장된 미래, 재미도 없고 의미도 없는 반복을 떠올리게 했다.

나 또한 다른 이들 속에 묻혀 덧없고 평범한 매일을 보낼 수 있다고 막연히 생각했었다.

 

그래서였던지 삶은 그토록 무지했던 나에게 일상을 허락하지 않았다.

잃고 나서야 소중함을 알게 된다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 몸소 깨달았고,

사회의 문턱에서 미끄러질 때마다 나란 사람이 얼마나 하잘것없는 존재인지 알게 됐다.

무엇보다도 일상을 지키며 살아가는 이들이 얼마나 멋지고 대단한 사람들인지 가슴 깊이 느끼게 됐다.

 

다시금 일상을 되찾기까지 나는 일상이란 단어의 가치를 뼈에 새기고, 내 뇌와 혀를 겸손과 통찰로 닦아내야 했다.

 

일상의 의미를 날마다 아로새기는 것. 그게 내 평생의 숙제가 됐다.

 

 

#일상 #단조로움 #존경 #사회

 

 

 


 

 

 

쓰밤n김남열

 

"뭐? 무서운 이야기를 해달라고?" ... "한 여자애가 있었어"

 

...

 

복권방에는 담배 연기가 가득했고, 스포츠토토를 도박처럼 즐기는 아저씨들 무리가 시끌벅적하게 떠들고 있었어. ... [이, 일등! 로또 일등 당첨!] 자기도 모르게 크게 소리치고 말았지!

 

...

 

여기까지 말한 김남우 교수는 잠시 이야기를 멈추고 긴장한 얼굴의 학생들을 하나하나 둘러보았다.

 

...

 

은행으로 간 여자애는 당첨금을 모두 5만 원권 현금으로 바꿨어 ... 지하철 자리에 앉아 가방을 소중히 품고서 룰루랄라 했는데, 아뿔싸! 지퍼가 터지면서 5만 원권 돈다발이 바닥으로 쏟아진 거야! ... 지하철에 있던 사람들 눈이 휘둥그레졌지

 

...

 

여기까지 말한 김남우 교수는 다시 한 번 말을 멈추고 학생들을 둘러보았다.

 

...

 

열기구가 나무에 먼저 걸려서 죽지는 않았지만, 땅바닥으로 떨어지며 기절을 하고 말았지 ... 나무로 된 작은 창고 건물을 발견했어! ... 여자애는 쓰러져 잠들었지 ... 남자 최 씨가 창고 문을 열었다가 깜짝 놀란 거야! 왠 젊은 아가씨가 창고에 누워 잠들어 있으니까! 최 씨는 너무 놀라, 그 자리에 멈춰 서 여자애를 관찰했어. 신발도 없어 맨발이 드러나 있고, 얇은 원피스는 군데군데 찢겨 ...

 

...

 

여기까지 말한 김남우 교수는 또다시 말을 멈추고 학생들의 얼굴을 살폈다.

 

...

 

최 씨의 도움으로 여자애는 목숨을 구했어! 집으로 돌아온 여자애는 은혜를 갚기 위해 최씨에게 1억을 건넸고, 최씨는 그 돈으로 산채 비빔밥 장사를 했다는 이야기!

 

...

 

"엥 끝이에요?"

 

...

 

"아, 뭐예요 교수님! 무서운 이야기라면서요!"

 

...

 

"무서운 이야기 맞잖아?"

 

...

 

"너희들이 한 그 상상들은 어떻게 떠올리게 된 걸까?" "너희들이 상상했던 그 이야기들이, 너희들이 살고 있는 현실이야.“

 

13일의 김남우, 김동식, 165~173p

 

 

 

 

#상상보다 #무서운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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