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쓰밤n김남열
중년쯤 돼 보이는 수염 난 사람이 손가락 끝에서 피아노를 뽑아냈다. 그 앞에서 굴렁쇠를 든 아이는 신기하다는 듯 쳐다본다. 저 멀리 흰 드레스를 입은 아가씨는 넓은 벌판을 한없이 달린다. 주황색 옷을 입은 사람은 실루엣으로 여자임을 짐작할 뿐, 얼굴이 꽃으로 뒤덮여 정확히 무엇인지 모르겠다. 바로 앞에 신문을 보는 사람은 뒷사람과 묘하게 포게져 합쳐진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저 멀리 지평선쯤 하늘과 맞닿은 부분에는 바다가 있는 건지 헷갈린다. 흰 드레스 입은 여자가 저쪽으로 뛰는 이유일 것 같다. 휑한 대지에 눈 앞에 보이는 것 말곤 아무것도 없다. 수염 난 남자가 뽑아내는 중인 피아노, 그가 밟고 있는 돌, 옆으로 누워 손으로 머리를 받친 채 보고 있는 신문 정도가 눈에 띄는 물건이다.
“아, 목말라”
물이 어디 있지? 어디서 물을 마셔야 하지? 근데, 내가 물이란 걸 마셔본 적이 있나. 이럴 때 물이 필요하다는 건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
그런데, 나는 누구지?
#천지창조
복 이끄미n최광복
우리는 저마다 각자의 짐을 가지고 있다.
모양, 무게, 색상 또한 제각기 다르다.
누구도 대신 들어줄 수 없다.
그 또한 나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떼어낼 수 없는 존재라면,
그것을 바라보는 나의 태도를 바꾸면 어떠할까?
함께 살아가는 나의 짐을
#삶 #태도
첫문장n최현수
갈증이 느껴지지만 구태여 물을 찾지 않습니다. 이렇게 앉아 있다 보면 온갖 것들이 보이거든요. 떠나보냈던 여인, 어린 시절 철부지 같았던 내 모습, 그리고 내가 되고자 바랐던 나의 모습까지도. 그리고 좀 더 기다리면 저 멀리서 누군가 나를 향해 뛰어옵니다. 아니, 나를 지나쳐가기 위해 그러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나는 그 사람이 누구인지 보기 위해 매번 안간힘을 쓰지만, 모래바람 때문인지 자세히 보질 못합니다. 누구일까. 누군데 저렇게 긴박하게 뛰어 오는 것일까. 문득 그 사람이 확연하게 보일 때까지 기다리고 싶다는 충동이 듭니다. 하지만 곧 세계가 조각조각으로 나뉘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이대로 있다간 넝마에 휘감긴 유골로 발견될 것이라는 공포가 엄습해옵니다. 어쩔 수 없이 난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목을 축이며 생각합니다. 다음번 이곳에 되돌아왔을 때야말로 당신이 보일 때까지 기다려보겠다고 말이죠.
#회상 #삶 #미련 #아득한구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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