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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번 명화 × 함께쓰는 밤

함께쓰는 밤 전시장/쓰밤4 (2020)

by LucWriter 2021. 5. 23.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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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Acrobats at the Cirque Fernando (Francisca and Angelina Wartenberg), Pierre-Auguste Renoir

 

 

 


 

 

 

첫문장n최현수

 

“것 봐, 좀 나눠서 들자니까. 그렇게 떨어뜨릴 줄 알았지.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속담도 못 들어봤어?”

그녀는 무심하게 허공을 응시한다. 마치 내 말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태도에 더욱 미칠 것 같다. 어떻게 똑같은 얼굴로 저렇게 화를 돋우는지. 사람들도 우리가 똑닮았지만 실상은 너무나 다르다는 사실에 놀란다. 나는 하도 놀라서 더 이상 그럴 힘도 남아있지 않지만.

“못 들어봤냐구.”

“이건 오렌지야.”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쳐다봤지만, 애초에 나를 보고 있지 않으니까 이 방법이 먹힐 리가 없다.

“너는 앨리고.”

“그래. 이건 바닥이고 저건 오렌지야. 아니, 떨어진 오렌지지. 세상엔 그냥 오렌지와 고집쟁이가 떨어뜨린 오렌지가 있어. 둘 중 하나를 먹어야 한다면 넌 뭘 먹을까?”

“네가 오렌지를 주워다 내 팔 위에 얹어놓으면, 그건 다른 오렌지들과 다를 바가 없어. 둘만 아는 비밀이 되는 거야.”

같은 유전자 아니랄까봐 받아치는 건 잘하네. 하지만 뭔가 네 말 그대로 따르는 건 자존심 상해. 하지만 우리가 계속 이렇게 서 있기만 한다면…….
“앨리, 거울 앞에서 뭘 혼자 그렇게 중얼거리고 있니? 오렌지는 아직 멀었을까?”

것 봐, 선생님은 성질이 급하시거든. 나는 씩 한 번 웃고는 선생님을 향해 종종걸음으로 걸어간다. 선생님은 오렌지를, 우리를 구분할 수 있을까? 아니, 그건 불가능하겠지. 두 사람만의 비밀이니까.

 

 

#고집쟁이 #독선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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