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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번 사진 × 함께쓰는 밤

함께쓰는 밤 전시장/쓰밤4 (2020)

by LucWriter 2021. 5. 23.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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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번 사진

 

 

 


 

 

 

정뱅이n김은정

 

최근 시내버스를 타고 자취방으로 가다 내 가슴 속 저 밑바닥 컴컴한 곳에 놓인 빈 소파를 떠올렸다. 가끔 아무도 모르게 혼자 앉아보는, 고독하고 오래된 한 자리를. 버스 창문을 여니 새삼 서늘한 바람이 불어왔다. 버스 운전기사가 틀어놓은 라디오에선 내일부터 정말 추워질 거란 소식이 전해졌다. 그러니까 오늘은 여름과 작별하는 날이다. 나는 이 시절이 다시 오지 않을 것 같은 생각에, 이런 여름은 이제 없을 것 같은 예감에 쓸쓸했다.

 

숙소에 도착한 뒤 이 이야기를 오랜 친구에게 하자, 나보다 속 깊은 친구는 수화기 너머로 나직하게 말했다. 그런 느낌 앞으로 마흔여덟 번은 더 있을 테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나는 앞으로 내가 겪을 일들을 생각했다. 소설 바깥의 말과 입장에 대해서도. 그러니 너무 많은 것을 회고하지는 않기로 한다. 여름과 작별하는 일은 마흔여덟 번도 더 남아 있을 테니까. 세상에는 내가 하루에 한 번씩 앉아도 전부 경험하지 못할 많은 소파가 있을 테니 말이다.

 

잊기 좋은 이름 中_김애란

 

 

 

#쓸쓸함 #이별 #위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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