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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번 사진 × 함께쓰는 밤

함께쓰는 밤 전시장/쓰밤4 (2020)

by LucWriter 2021. 5. 23.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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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번 사진

 

 

 


 

 

 

은비n장은비

 

그건 분명, 저마다의 색깔이 있는 것이었을텐데,

 

집, 회사, 간혹 잠깐의 여유. 모두가 그렇듯 행복하고 즐거운 이야기들이 즐비해있던 공간에 비슷한 이야기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푸르른 하늘과 바다의 사진 대신, 맛집 투어로 발견한 음식에 대한 이야기 대신, 집에서 활동한 이야기들이 주를 이뤘다. 집에서 해 먹은 음식의 사진이라던가, 가족과 하는 보드게임, 캠핑 등 이 시국에 할 수 있는 최소한의 것으로 삶을 영위하는 모습을 보고 있다. 스쳐 지나가듯 보는 이야기에 좋아요를 누르고는 이내 다른 필드로 넘어가는 형태지만, 그럼에도 부구하고 누군가의 일상을 바라본다는 것은 때대로 힘이 나기도 했다.

 

그러다 문득, 비슷한 내용들의 이야기들이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저마다의 색을 나타낸다면서 각자의 이야기를 펼치고 있는 각종 SNS의 활동에 가끔 진절머리가 났다. 비슷한 후기들이 자주 올라오고, 비슷한 느낌의 먹방들이 자주 올라오며(아직도 먹방을 보는 의미를 이해할 수가 없다..), 비슷한 이야기로 성공했다는 말을 한다. 그런데 그것은 본인의 콘텐츠라고 당당히 우길 수 있는 부분일까. 과연 그 아이디어는, 혹은 실제로 제품을 받고 작성된 후기일지라 하더라도 주변에 적극적으로 권유할 수 있을까. 업체에서 시킨 이야기에 불과한 것 아닌가. 그럼 나는? 나는 제대로 하고 있는가. 인플루언서로 활동하기 위해 또 다른 자아를 만들어내어 글을 쓰고 리뷰를 하고 있는 나는 나의 색을 가지고 있는 인플루언서인가. 존재하는 공간에서, 아니 어쩌면 존재하지 않는 그 공간에서 그럴싸한 정보들이 오고 갔다. 잿빛이 되어버렸는지도 모르게.

 

SNS를 하지 않는 이들이 바라보는 우리의 색은 어떤 색일까. 본연의 색을 잘 유지하고 있는 그들의 삶이 컬러풀해 보이는 것은 단지 내가 그렇게 살지 못하기 때문이었는지 혹은 무의식적으로 다가오는 과다한 정보에 노출되지 않는 삶이 부러웠기 때문이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냥 요즘의 나는, 빨간 우산도 파란 우산도 노란 우산도 좋으니, 설령 찢어진 우산이라고 해도 괜찮으니, 우리가 다시금 각자의 색을 나타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빨간색과 노란색이 섞인 단풍의 색도 그립고, 파란색과 노란색이 잘 융화되어 편안한 초록색을 만들듯, 날이 시퍼렇게 서서는 서로를 할퀼 듯이 노려보며 겨우 잿빛을 유지하고 있는 자신의 색과 잣대가 옳다고 말하지 않기를.

 

나 역시도 그런 사람이 되지 않기를. 흡연을 하던 종교를 갖던 추구하고자 하는 가치관이 다르던, 그것은 모두 그 사람만의 색이므로, 그 사람의 색과 융화되었을 때 나의 색이 빛나고, 그 사람의 색이 빛나는 시너지를 나타낼 수 있기를. 섞이고 나니 결국 회색과 검정만 남았더라라고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사라져버린색 #저마다의색 #색의온도

 

 

 


 

 

 

첫문장n최현수

 

J와 나는 수많은 우산들을 내려다보며 서 있었다. 그것들은 활짝 펼쳐진 채로 전깃줄 같은 선에 매달려서 간혹 불어오는 바람에 흔들리곤 했다. 그녀와 나는 같은 곳에 서 있지만 분명 다른 풍경을 보고 있을 것이다.

그녀와 나는 전혀 다른 사람이니까.

왜 사람들은 그녀와 내가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이렇게 가만히 서서 아무 말이 없는 것도 그녀는 그게 편안해서 그런 것이고, 나는 그녀의 편안함에 방해가 될까봐 말을 삼키고 있는 것일 뿐이다.

그렇다.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 그 사람의 내면까지 알아낼 수는 없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그녀와 함께 있으면 단순히 그 사실을 아는 것을 넘어, 실감하게 된다. 지금은 평온하지만 폭풍이라도 거세게 몰아닥치면, 그녀는 내게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그녀가 어떤 감정을 숨기고 있을지 알 수 없고, 그래서 두렵다.

하지만 나 또한, 이런 두려움을 굳이 소리 내어 입 밖으로 꺼내지 않는다. 다만 지금은 바람에 우산이 뒤집히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을 뿐이다. 우리가 이 순간을 각자 어떤 기억으로 남겼을 지에 대해서는 아주 오랜 후에야, 아니면 영영 알 수 없을 테지.

 

 

 

#신비로운분위기 #다른세계인것같은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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