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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렘_5회차 글쓰기

함께쓰는 밤 전시장/쓰밤 2021-2

by LucWriter 2021. 8. 22.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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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roman odintsov on pexels

 

 

 


 

 

 

설렘

마음이 가라앉지 아니하고 들떠서 두근거림. 또는 그런 느낌.

<<표준국어대사전>>

 

설레다 - 마음이 가라앉지 아니하고 들떠서 두근거리다.

가만히 있지 아니하고 자꾸만 움직이다.

동사 물 따위가 설설 끓거나 일렁거리다.

<<표준국어대사전>>

 

 

 


 

 

 

김남열

[1993]

3학년 때까지 살던 집은 내 인생 둘도 없을 놀이터. 커다란 마당에, 인적 드문 뒷산, 쉽게 찾아보기 힘든 과일나무들 그리고 가축들. 봄은 흙놀이하기 좋았고, 여름은 산 파헤치고 다니기 좋았다. 가을엔 먹을 것이 많이 달렸고, 겨울엔 썰매장이 생겼다. 형제가 많던 집이라 사람에게 받은 설렘이 있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문을 열고 보이는 모든 게 나를 설레게 했다.

 

[1997]

형이 사용하던 컴퓨터를 받아 쓰게 된 게 아마 이때쯤이었을 거다. 어머니는 딴짓을 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게임을 할 만큼 좋은 사양도 아니고, PC 통신도 하지 않을 때였다. 게임에 관심이 없는 건 아니었기에, 어떻게든 저 사양으로도 해보려는 시도가 이어졌다. 인터넷이나 별다른 방도가 없었던 시기라 그나마 해 볼 수 있는 건, 당시 윈도우 95 폴더 내 텍스트 파일로 된 설명서들을 읽어 보는 일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불굴의 의지겠지만, 당시로선 비슷한 또래들은 생각조차 안 하는 걸 한다는 것에 약간의 우쭐함이 있었다. 무엇보다 그런 행위 자체가 꽤 설레는 일이었고.

 

[2007]

"너도 운동해라 내가 이야기해 줄게, 정식 단원은 안 되겠지만 너 정도면 연습하면 금방 될 거 같다." 전역하고 1년을 더 놀다 보니, 동아리 선배에게 듣게 된 말이다. 대학교는 왔으니 일단 공부는 해봐야겠고, 그래서 학기 성적이 원하는 만큼 나오지 않으면 접고 운동 시작하겠다고 답변했다. 그때가 1학기 마치고 여름방학 기간이었는데, 방학 시작 후 한 달 동안 하루에 12시간을 수학 공부만 했고, 개강 전까지 똑같은 내용을 몇 차례 반복했다.

 

다음 학기가 끝나고. 성적은 내가 원했던 성적에서 정확히 0.06점이 더 나왔다. 어쨌거나 목표보다 더 나온 점수였기에 나는 본격적으로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편식은 좀 있었지만, 원했던 과목들은 성공했고, 성적은 꾸준히 올라 장학금에 받기까지 이르렀다.

 

그때부터 나는 좀 더 큰 것에 설레도 되고, 텀이 더 긴 것을 바라도 된다는 용기가 생겼다.

 

[2017]

여자 친구와 페스티벌에 가려고 티켓 두 장을 구매했다가 취소했다. 당연히 헤어져서 취소한 거다. 시간이 지나고 티켓값이 정상가로 올랐지만, 혼자라도 가볼 생각에 다시 구매했다. 티켓 가격 때문에 2년 정도를 벼르다 간 거라 꽤 기대했는데, 상상했던 기대를 완전히 박살 낼 정도로 대단했다. 내 평생 내가 알던 나를 지워낼 정도의 3일이었는데, 다음날도 아니고, 행사가 끝나는 순간 바로 그리워지기 시작했다. 매년 굵직한 페스티벌은 6개 정도다. 그 사이 로컬 파티도 꽤나 열리는데, 사람들과 뛰노는 모든 순간들이 설레고 즐겁고 행복하다. 코로나로 모든 게 불가능 한 지금. 딱 하나 원하는 걸 고르라면 망설임 없이 페스티벌을 고를 것이다.

 

 

 

김은정

[1997]

이제 더 이상 아기가 아니라며 초등학생이 되어 의젓함을 뽐내던 8살. 어린이 대공원으로 떠나는 첫 소풍에 무던할 리 없었다. 빨리 잠들면 빨리 가볼 수 있다는 생각에 초저녁부터 침대에 드러누워 억지로 눈 감았더랬다. 솜사탕 노래에 맞추어 율동도 추고, 선물을 주는 수수께끼도 풀며 맛있는 도시락을 나누어 먹었다. 소풍의 꽃, 대망의 보물 찾기 막이 올랐다. 그 작은 손으로 수풀을 헤집으며 종이쪽지를 찾아다녔다. 엄마가 알려줘서 찾은 치사한 친구도 있었지만, 난 내 힘으로 꼭 찾으리라!

 

[2002]

월드컵의 열기로 우리 모두 대한민국 외치던 그 시절! 학교 운동장이나 교회랄 것 없이 대형 스크린을 내려 중계해 주던 그때. 처음으로 부모님 손을 잡지 않고, 친구들과 응원을 가겠다고 마음먹었다. 함께 Be the reds를 맞추어 입고 결연한 모습으로 엄마 허락을 받았다. 지하철을 타고 강동역에 가서 갈아타면 돼! 350원짜리 마그네틱 승차권을 손에 들고 탄 5호선. 강동역까지는 성공이었으나 상일동행을 반복적으로 타면서 시간만 보내다 겨우 탄 마천행. 드디어 도착한 올림픽 공원. 계단을 오르자 응원 소리가 들려온다.

 

[2021]

어떤 일을 열정적으로 해본 적도 또 그 일에 열성적으로 빠져 본 적도 없는 것 같다. 꾸준한 게 없기 때문일까. 정말 좋아하는 일을 못해봤을까. 그런 고민이 있던 날, 지인들과 언제 볼지, 어느 식당에 갈지, 무슨 음식이 좋을지 상의했다. 특별한 주관 없이 대부분 가능한 날로 정하자. 가리는 거 없으니까 꼭 먹고 싶은 거 있는지 말해보고 거기로 정하자. 누가 퇴근이 늦는지 그 사람 회사 근처로 하자. 각자의 소중한 시간을 내어서 만나는 일. 그리고 그 시간을 위해서 배려하는 마음. 사람을 좋아한다는 건 이런 거구나. 언제 어디서 뭘 할지 중요하지 않은 것. 내가 좋아하는 일.

 

 

 

문재호

[2002]

지금은 국내에서도 흔히 볼 수 있지만 이 당시 쇼핑몰은 혁명적이었다. 우리나라에도 코엑스몰이 2000년 개장했지만 지상 쇼핑몰이 주는 느낌은 사뭇 달랐다. 음식, 말, 사람 모든 게 달랐다. 낯설지만 국내에도 일부 보급된 본토만의 맛과 느낌. 샌디에고 동물원에도 갔었는데 기억이 희미하다. 그 보다 설렜던 건 학교 다니면서 현지 (이성) 학생과의 인사법.

 

[2005]

대학에 입학하니 설렜다. 지속기간은 1학기.

 

[2011]

편입하니 또 설렜다. 입학했을 때보다 지속기간이 더 짧다. 1~2개월.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어서 그런 걸까

 

 

 

유양현

[대학시절]

누군가의 주선으로 미팅을 하게될 때 항상 설레는 마음으로 기대를 하곤 했다. 오늘은 운좋게 맘에 드는 사람으로 혹시 연결되지 않을까 해서다. 하지만 대부분은 꽝이었다. 상대측에서도 그렇게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만나기전 설렘과 기대를 하는 마음들은 지금 생각해도 즐거운것 같다.

 

[1999년]

지금의 처와 사귄지 3년이 다 되어갈 때쯤에 그동안 반대하시면서 관망만 하시던 장인어른이 한번 보자고 하신다. 야호~~ 드디어 장가가는데 한걸음 전진하겠구나.. 이제까지 내 작전은 장인 어른이 반대하시면 계속 시간을 끌자였다. 드디어 허락을 받을 것 같은 기대감에 가슴이 부풀어 올랐다. 하지만 나의 기대와는 결과는 계속 지켜 보시겠다는 거였다. 그래도 알 수 있었다 시간은 내편이라는 것을....

 

[현재]

자기전에 내일은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날까? 기대하는 마음으로 눈을 감고. 눈을 뜨면 오늘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날까?

도대체 하늘은 내게 무슨 좋은 일을 준비해 놓으셨을까나.

 

어제와 다른 오늘을, 설레는 마음으로 꿈꾸면서 살고 싶다. 설렘 그 느낌과 그 감정을 잃어 버린지 오래된것 같은데... 이제는 매일 매일 기대하며 살고 싶다.

 

 

 

이미영

[2020]

첫 자취, 첫 독립, 내가 직접 고른 집으로 그 무거운 짐을 다 챙기고 들어가는 그 기분은 독립하기 전에는 전혀 느낄 수 없었던 감정들이 올라왔다. 정말 필요로 할 것 만같은 물건들만 챙겨서 올라왔는데 가져온 짐을 다 내려 놓고 창문으로 환하게 들어오는 빛이 마치 내 꿈의 실현을 알리는 것 같았다. 그 빛으로 나는 앞으로의 있을 행복한 일들을 생각하게 했다. 가구가 도착하지 않아 어수선하지만 내 매트리스 곁에 따뜻한 조명을 설치하니 내가 바라던 나만의 공간이 생긴것이 너무 좋았다. 그 중에서도 나만의 침대가 생긴다는게 얼마나 설레던지, 그게 제일 행복했다.

 

[2015]

내가 가지고 있던 세계관이 바뀌었던 때이다. 나는 꽤 오래전부터 나 자신이 부정적으로 보았었고 나 자신에 대해 안 좋은 생각을 하니 괜히 모든 사람들도 부정적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믿을 사람이 없다고 생각했다. 상처를 받지 않기 위해 사람들과 겉으로만 관계를 맺고 시간을 보냈다. 그럴수록 나는 더 외로워지고 고립되는 것 같았다. 관계는 대체 어떻게 맺는 것인가 하는 고민을 할 때 나는 심리학이나 관계에 대한 책을 빌려 보곤 했던 것 같다. 책을 읽다가 멍때리면서 든 생각이 있다.

 

"내가 상대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해서 부정적으로 보이는 거면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되잖아! 상대가 나에게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내가 실제로 들은게 아니라면 그건 사실이 아닌거잖아. 이제 나도 사람들과 친하게 그리고 진실되게 지내고 싶어. 그 사람의 좋은 점을 보고 나도 좋은 에너지를 주고 싶어."

 

나의 두려움이 사실이 아니라는 깨닳음을 얻고 나니, 앞으로의 미래가 관계가 기대됐고 생각을 바꾸니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대한 걱정이 싹 날라가면서 마음이 가벼워졌던 것 같다. 생각을 바꾸니 앞으로의 일들이나 관계가 기대되고 설레었던 것 같다.

 

[2003]

아파트에서 빌라로 이사를 왔을 때다. 이사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새로운 장소에 적응하느라 정신없었던 때인데, 하교하고 집에 왔더니 웬걸 엄청 큰 책상이 안방에 들어온 것이다. 나는 엄마한테 이게 무슨 책상이냐고 물어보니 미영이를 위한 책상이라고 하며 말해줬다. 나는 예상치 못한 선물에 너무 기뻤고 무엇보다 나만의 책상에서 나의 꿈을 펼칠 수 있을 것만 같아 설레었다. 그때 부모님이 내 것이란 말이 너무 기쁘고 설레었는데 : ) 미영이것이란 말을 들어본 기억이 까마득하다...ㅋㅋㅋ

 

 

 

이상미

[1999년]

늘 새 학기가 시작하는 날이면 온갖 감정들이 뒤섞여서 뱃속이 간질거렸다.

담임선생님은 누가 될 것인가 새 교실과 매점은 가까운가 내 짝은 누가 될 것인가 전교에서 소문난 일진이 같은 반이 된 건 아닐까 등등 갖은 궁금증들이 가득 찬 교실은 마치 내 머릿속처럼 수선스러운 공기로 가득했다

 

[2007년]

손에 쥔건 편도 티켓 한 장과 워홀 통과 서류 그리고 현금 200만원이 전부였지만

무서운 것도 걱정되는 것도 없었다.

잘 곳도 먹고 살길도 아는 이도 하나 없는 나라로 떠나면서도

그저 웃으면서 손을 흔들었다.

 

[2013년]

처음으로 걸었던 올레길.

발에 맞지 않는 등산화와 정작 필요한 건 하나도 들어있지 않았던 배낭을 지고 걸었던 8코스.

해 질 무렵 포구에 도착했을 때쯤엔 발가락 사이 물집이 터지다 못해

핏물이 베어 나오고 있었지만, 걷는 내내 절뚝이면서도 멈출 수 없었던 건

손에서 핸드폰을 내려놓고 오로지 두 눈으로 주황색 리본을 쫓아 혼자 걷는 그 길이 헤매어도 괜찮고 시원한 바람이 불면 원하는 만큼 쉬었다 가도 좋다고 내게 말해주었기 때문이었다.

 

 

 

장은비: 호감, 관심

[초등학생]

저 친구 뭐야? 수학여행 와서 지금 무대에 올랐는데!! 전문적으로 춤추는 앤가?? 엄청 잘 춰!! 대박!!! 학교가면 저 친구 어디 사는지 물어봐야지. 연락처라도 물어봐야할까. 와 세상에 너무 멋있어! 완전 내 스타일이야.

 

[중학생]

그 은갈치 수학선생님 너무 멋있지 않냐? 옷 맨날 은색 정장만 입는데, 그냥 난 그게 그렇게 멋있더라. 사람이 똑똑하고 키도 크고, 진짜 그냥 이유 없이 너무너무 좋다니까. 그렇지만, 선생님과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겠지???

 

[고등학생]

눈도 오고 너와 더 함께 있고 싶고, 그런데 나에겐 잊지 못할 순간이 된 것 같아. 좋은 추억이야. 아마 이 순간은 오래오래 기억되겠지. 누군가가 건넨 처음이 이렇게 추운 날에도 따뜻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어. 좋아해. 아주 많이.

 

[대학생]

좋은 마음을 어떻게 표현해야할까. 너는 내게 관심이 있을까. 보기만 해도 이렇게 두근거리는데, 어쩔 수 없이 나는 너에게 말을 걸어야할 것 같은데, 부담스럽다고 하지는 않을까. 내가 이렇게 보고 있는 건 알까. 너무 많이 좋은데 마음을 표현할 길이 없어. 역시 우리는 우리라고 불릴 수 없는 관계일까.

 

[지금]

설레는 순간들을 말하자면, 책30권이 나올지도 모를 정도로 굉장히 잘 설레는 중이야. 감동이라고 해야 할까. 설렘이라고 해야 할까. 그 따뜻하고 몽글몽글한 감정들이 올라오고 나면 영락없이 행복해지기 마련이지. 나의 삶에 대한 찬란한 환희와 기쁨에 취해서는 다른 사람의 작은 배려에도 더없이 감사하게 되고야 마는데, 그런 마음들이 들곤 할 때 무척 설레. 나의 하루에 너의 찬란함을 담아 행복할 수 있어서 기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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