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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고대_anticipation

함께쓰는 밤 전시장/쓰밤 2021-1

by LucWriter 2021. 5. 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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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고대_쓰밤n김남열

사진 Image by Josh Hild from Pexels

 

 

 

"내가 그렇지 뭘.“

 

실패, 실망을 마주했을 때 튀어나오는 말이었다. 내 처지에 좋은 일은 없었을 것 같았으니까. 운명이라는 걸 믿었던 것도 있고, 저런 말을 뱉고 나면 자기 위안이 되기도 해서였다. 정해진 인생이라는 걸 받아들이지 않기 시작한 건 고작 2년 정도인데, 그전까지 인생은 참 고단했다. 운명이란 건 무언가 정해진 것이 있다는 것 아닌가. 그래서 였는지 세상의 이치, 옳고 그름도 정해져 있다고 생각했다. 고단의 근원지는 여기다. 정답을 지키지 않는 모든 것들이 잘못됐다고 판단하는 것. 남뿐만 아니라 스스로에게도.

 

깨달음은 한순간 찾아왔다.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바뀌려는 시도는 했던 것 같다. 단순하게도 깨진 유리잔 덕분에 알게 됐지만. 혼자 살기는 조금 큰 집으로 이사 오면서 친구들을 자주 초대했는데, 3번 방문에 컵 하나 정도는 깨진다. 원래 그런 류의 일이 발생하면, 괜찮은 척 하지만 속으론 힘들어하며, 원인을 찾는 타입이었다. 우연이라고 보면 됐을 것을 인과적 원인이 있는 마냥 맞고 틀림의 기준으로 구분했다. 원인을 찾게 되면 항상 탓할 대상을 만들었고, 그 대상은 주로 자기 자신이었다. 한데, 어느 날 깨진 유리잔을 보고도 아무 탓을 하지 않는 나를 발견했다. 되려 즐겁다고 생각했다. 물론 유리잔이 깨져서 즐겁다는 건 아니다. 인생도 깨진 유리잔과 같이 알 수 없기에 즐겁다고 생각했다. 예전엔 정해진 인생이 있어서 정해진 삶을 따라가야 하는 인생이었다면, 지금은 정해진 것이 없기 때문에 마음껏 만들어 나갈 수 있음을 알게 된 거다.

 

자발적으로 복권을 산 건 최근이다. 그런 운 따위는 내 인생에 없을 거라 했지만, 더 이상 운명을 믿지 않는 인생이니까. 설사 당첨되지 않는다고 해도, 운명을 탓하진 않을 거다. 당첨되는 것도 되지 않는 것도 단지 우연일 뿐이니까. 인생은 알 수 없다. 정해지지 않은 우연들이 쉴 새 없이 등장한다. 예전의 내겐 그런 우연들이 스트레스였지만, 이제는 기대한다. 어떤 우연으로 즐거워질 수 있을지.

 

 

 

#우연 #깨달음 #즐거움

 

 

 


 

 

 

기대/고대_문재호

 

 

 

여러 갈래의 희망이 담긴 봄이 왔다. 아직 이른 오전과 저녁에는 날씨가 쌀쌀하지만 낮에는 햇볕이 따사롭기 그지 없다.

 

코로나19로 인해 5인 이상이 모이기 어려운 시국인 부분은 안타깝지만, 백신 처방 등으로 조금씩 사태가 좋아지기를 빌어본다.

 

해가 하늘에 떠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자연스럽게 일조량이 늘어나기에 낮은 더 길어진다. 마냥 하루하루 시간이 가서는 안 되기에 조금이라도 의미 있는 하루가 될 수 있기 위해 이리저리 몸을 움직여 본다.

 

기대감도 있지만 그와 동시에 미지, 두려움도 존재 한다. 이번에는 잘 풀리기를 기대해 본다.

 

사랑, 연애, 일, 가족, 친구, 관계 등 운명을 관장하는 여러 영역에서 말이다.

 

 

 


 

 

 

기대/고대_smile n박진오

사진 smile n박진오

 

 

 

매력, 사람을 끌어당긴다. 마음을 사로잡는다. 끊임없이 떠오른다. 먹을 때도 잘 때도 놀 때도 따라다닌다. 끈이 달린 듯 계속 이어진다. 영원히 헤어날 수 없는 매력에 빠져 행복하다. 그 삶은 설레임 자체다.

 

인간은 보통 새로운 것에 설렌다. 원래 있던 것, 가지고 있는 것, 곁에 있는 것보다 처음인 것에 두근거린다. 새로운 것에 쉬이 고개를 후욱 돌린다.

 

그래서 유혹에 빠지는 걸까.

 

그래도 설렘이 사랑으로 남을 땐 마음이 울린다. 잔잔한 울림이 다가온다. 긴 파동같은 울림은 부옇고 희미하지만 고대하는 기다림이다. 그 간절함은 지속적인 기대로 나타난다.

한숨, 피식 웃음이 터지고 때론 머쓱하게 웃을지라도 무언가 기다리는 건 좋다. 기다림은 마냥 좋다.

 

 

 


 

 

 

기대/고대_보석57n박진희

사진 photo by jinhee

 

 

 

끝이 보이지 않는 긴 터널 속에 있는 것처럼

앞에 무엇이 있을 지, 지금 이곳이 어디인지 전혀 예측하기 어려운 안개 가득한 속에 있는 것처럼

삶의 고단함, 고독함, 고통스러움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라 방황하고 있을 때,

생의 끈을 놓지 않고 삶을 이어 나가게 해준 것은 기대와 희망이였다.

아주 조금이라도 지금보다는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와

내가 원하는 것들이 마법처럼 모두 이루어지는 순간을 상상하며

지치고 힘든 시간들을 견디었다.

기대는 무너진 나의 마음을 회복시켰고, 나를 움직이게 만들었다.

기대는 또다른 희망을 만들었고, 그 희망은 나에게 행복과 기쁨을 선물해 주었다.

때로는 과도한 기대로 더 깊은 좌절감, 우울감을 맛보기도 했지만,

적당한 기대와 희망은 인생을 살맛나게 하고, 살아가게 해주는 것 같다.

내 마음속에 늘 있지만 내가 찾지 않으면 나오지 않는 기대와 희망을

나는 자주 찾으려고 한다.

 

 

 


 

 

 

기대/고대_너부리n이상미

사진 친구찬스

 

 

 

나는 발이 없어요. 그저 기다립니다.

다들 수근거리는 거 알아요.

주제에 꽃이라는거야? 세상에... 이냄새는 뭐야?

하. 쟤 때문에 나비들이 근처에 오질 않는다고. 어머어머 고개 빳빳이 들고 있는 거 봐?

나 같으면 창피해서 고개를 들지 못했을거야. 흥.

하긴 쟤는 저러지 않으면 살 수가 없지. 먹고 살기 얼마나 힘들겠어.

저렇게 태어난게 쟤 잘못은 아니잖아? 하하하

어쩔 수 없어요. 홀로 였다면 난 굶어 죽었을 거예요. 아름다운 친구들 사이에 있어야 살 수 있어요.

나도 다 알아요. 그저 기다립니다. 가만히, 조용히 나의 때를.

숨죽인 채 기다리지 않으면 놓쳐버릴 그 잠깐의 순간을.

기다리고 있다보면 입안에 침이 고입니다. 수근거리는 소리들도 잠잠 사그라들어요.

이럴 때 조심해야 해요. 침을 흘리면 안되거든요.

점점 더 설레이는 마음에 입이 벌어집니다. 하늘을 향해 활짝

주위에 다른 친구들이 흉보는 소리가 커지지만 상관없어요.

배가 고프거든요.

기다리는 시간은 고통스러운 만큼 설레어요.

입안에 가득 고인 침이 너무 잘 보일까봐 살짝 걱정됩니다. 내속이 너무 훤히 보이는거 아닐까요?

이렇게 입을 크게 벌렸다가 빨리 다물지 못하면 어쩌나 걱정도 됩니다.

아. 날개소리가 들려요. 그만 떠들어야겠어요.

어서 가요. 만나서 반가웠어요. 안녕.

 

 

 

#기대 #고대 #냠냠굿 #한입거리

 

 

 


 

 

 

기대/고대_은비n장은비

사진 은비n장은비

 

 

 

<끝나고 맥주 한 잔 할까요?>

 

약속을 조심스레 잡았다. 무슨 날인 지 알고 있지만, 무슨 날인 지 모르는 척했다. 친구나 연인 사이에 사탕을 선물하며 좋아하는 마음을 전하는 날이라고 하는데, 친구인척하지만 사실 연인이 되고 싶은 관계니까 어떻게 마음을 전달할까를 늘 고민한다. 아니, 어떻게 하면 마음이 전달되지 않을까를 고민하기도 한다. 좋아하고 아끼는 마음마저 없애버려야 할 대상이 되지는 않을까 염려하는 마음이 가장 크다. 그간 몇 번의 실패와, 덧없는 아픔을 겪고 나니 더 그렇다. 점점 더 마음보다 몸을 챙기는 게 현실이다. 당신에게 줄 마음이 100이라면, 보일 수 있는 건 고작 10인데, 당신의 패를 보여달라고 내심 보채고 있지는 않은 건지, 밀당이고 나발이고 이런 것도 모르겠고 나는 원래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닌 사람인데, 당신에게 예외를 적용해야 하는지 아닌지를 고민한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너무 많이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마음이 커졌다. 안타깝게도 그러했다.

 

분명, 사랑을 말하려는 감정은 아니다. 그저 당신을 보는 날을 기대하고, 언제 오는지 확인하고, 얼굴을 마주하고 인사를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족하다. 그러다가 즐거워지면, 행복해지고야 마는 나를 발견할 때마다 다음번 당신과의 만남을 또 기다린다. 그 시간이 마치 이 삶의 전부인 것처럼 너무 좋은데, 다 표현해버리는 것이 과연 옳을까를 생각하다가, 바보처럼 당신을 보자마자 배시시 웃고야 만다. 너무 행복하다는 이유를 핑계 삼아 환하게 웃는 게 내가 당신에게 표현하는 전부다. 사랑이라 부를 수 있는 감정은 아니지만, 아주 조금씩 좋아하고 설레고 있다. 아, 아니다 너무 많이 좋아져 버렸나.

 

어쨌든 당신의 실수로 인해, 이번 주는 예외적으로, 의도하지 않았지만, 의도하는 것 같은 그 친구나 연인 사이에 사탕을 선물하며 좋아하는 마음을 전하는 날에 보게 되었는데, 이게 처음 당신과 밥을 먹고 말하고 하는 자리라 기대가 되면서 어색하진 않을까 두렵기도 하다. 마가 끼어 대화의 흐름이 중단되는 것은 아닌가, 개인적인 걸 많이 물어도 되나. 이것이 소개팅은 아닌데, 매번 톡으로 이야기하다가 뭔가 얼굴을 보고 이야기하는 게 어렵게만 느껴지고 있어서 잘 할 수 있을지. 유의미한 변화를 얻어올 수 있을지가 굉장히 미지수이다. 나는 조용한 사람인데 그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까. 말실수하지는 않을까. 좋은 마음이 들키지는 않을까 하는 그 모든 고민과 걱정들이 사실은, 기대하는 마음과 기다리는 기쁨으로 가득 차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내 마음만큼 잘되지 않을지라도, 그에게 어떠한 것을 요구할 당위성이 내게는 존재하지 않으므로, 아 오늘은 그냥 여기까지구나. 밥 먹자는 말이 부담될 수밖에 없겠구나. 하는 그의 행동을 인정해 줘야지. 그래야지. 그래도 옷은 예쁘게 입어야지. 사랑스러운 사람으로 보이고 싶으니까 좀 에쁜걸로 입어야지. 많이 예쁘다. 화장실도 다녀오고 그래야지. 찡긋. 그러다 못 보게 되더라도 어쩔 수 없는 거라 생각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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