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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번 사진 × 함께쓰는 밤

함께쓰는 밤 전시장/쓰밤4 (2020)

by LucWriter 2021. 5. 17.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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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번 사진

 

 

 


 

 

 

물까치n경아

 

게를 보자마자, 게에게는 미안하게도 간장게장이 떠올랐다. 박하지라고 부르는, 몸통은 작지만, 수컷은 집게발이 매우 큰 게를 닮았다. 꽃게로 만드는 간장게장도 맛있지만 개인적으로는 박하지가 감칠맛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 아무튼 먹을 생각부터 든 나는 문득 예전에 했던 생각이 떠올랐다. 중학생 때 CA를 과학부인지로 신청했었다. 과학선생님께서 자연과 관련된 다큐멘터리를 틀어주셨는데, 한 번은 심해어류에 관한 것 이었다. 심해에 사는 물고기들은 형광갈치도 있고 꽤 아름답게 생긴 것이 많았다. 한창 중2병일 나이, 저것들은 깊은 바다속에서 하루종일 둥실둥실 헤엄치며 하루종일 무슨 생각으로 존재하는 것이며, 저것들의 존재의 이유는 무엇일까, 그런 것들을 생각하며 세상에 대한 허무함과 뭐 그런 것들을 느꼈던 것 같다. 그리고 고등학생 때 친구와 문자를 하며 생각했다. 핸드폰도 없고 인터넷도 없는 자연세계, 아프리카 초원의 동물들은 하루종일 서서 무슨 재미로 살아갈까, 엄청 지루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들을 했었다. 그런데 어느날 문득 깨달음이 왔다. 그들은 하루종일 언제 어디서 포식자가 나타날지 모른다는 경계심과 두려움으로 가득할 것이었다. 매 시간이 경계와 두려움의 연속이니 지루할 새가 있을리가 없었다. 눈에 뜨일까봐 바윗새에 찰싹 붙어 이동하는 게를 보니 치열하게 사는 중이라는 생각이 든다.

 

 

#깜짝 #발견 #맛있겠다

 

 

 


 

 

 

정뱅이n김은정

 

스며드는 것

 

꽃게가 간장 속에

반쯤 몸을 담그고 엎드려 있다

등판에 간장이 울컥울컥 쏟아질 때

꽃게는 뱃속의 알을 껴안으려고

꿈틀거리다가 더 낮게

더 바닥 쪽으로 웅크렸으리라

버둥거렸으리라 버둥거리다가

어찌할 수 없어서

살 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한때의 어스름을

꽃게는 천천히 받아들였으리라

껍질이 먹먹해지기 전에

가만히 알들에게 말했으리라

 

저녁이야

불 끄고 잘 시간이야

 

간절하게 참 철없이 中_안도현

 

 

#죽음앞에서 #두려움 #안도시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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