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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번 사진 × 함께쓰는 밤

함께쓰는 밤 전시장/쓰밤4 (2020)

by LucWriter 2021. 5. 17.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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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번 사진

 

 

 


 

 

 

너부리n이상미

 

톡.

실 끊기는 소리가 귓가에 들려온 것도 같다.

지금 이곳에 서있는 게 못내 괴롭다 못해 마치 진공상태에 놓인 것처럼 숨이 막혀왔다.

관계는 순식간에 허물어지고 그 허물 어지는 순간을 난 똑똑히 보았다. 얼마나 작은 틈으로 인연이 세어나가는지. 몇 마디 안 되는 짧은 말로 어긋나게 되는지를.

순간 소리의 소멸과 무겁게 공기 속으로 가라앉는 먼지들의 반짝임, 읽어낼 수 없는 표정들과 더 이상은 헤아리고 싶지 않은 감정들.

소멸의 순간은 맨눈으로 태양을 바로 본 것처럼 강렬하다 못해 데일듯 뜨겁게 기억되고 한순간 바람에 날아간듯 그 뒤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관계의소멸 #인연의민낯

 

 

 


 

 

 

첫문장n최현수

 

너를 만나기로 한 밤에 가만히 서서 별들을 지켜본다. 밤하늘은 고요하다. 하지만 그건 내가 시간을 상대적으로 촘촘하게 파악하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만약 내가 천체가 움직이는 속도가 충분히 빠르게 느껴질 만큼 시간을 띄엄띄엄 인지할 수밖에 없다면, 마치 별들이 점이 아니라 하나의 선처럼 느껴질 것이다. 만약 그렇다면 하루 같은 건 금방 끝나버릴 텐데. 내가 뭔가를 하려고 하기도 전에 늙어서 죽어버릴지도 모른다. 어쩌면 지구가 너무 빨리 돌아서 멀미를 느낄지도. 그러니까 이렇게 밤하늘이 고요하다는 사실이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지 않나, 라고 이토록 오랫동안 생각했는데도 너는 안 오네.

 

 

#시간 #속도 #혼자만의 긴 시간

 

 

 


 

 

 

쓰밤n김남열

 

나는 항상 모든 방면의 역사에 매료된다. 지질학자로서 나는 주 전공이 지구 역사이지만 대명종 덕분에 생명 역사를 배울 기회가 있었고, 소행성이나 혜성의 대충돌 덕분에 우주 역사를 배울 기회가 있었다. 게다가 지질학은 나의 아내 밀리를 지구의 여러 특이한 곳들로 이끌었는데, 그러면서 인류사에도 흥미를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역사에 대한 관김은 꽤 오랫동안 취미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결국 나는 모든 과거를 어우르는 관점을 견지한 일종의 다학제 간 분야 안에 이 모든 역사를 묶을 수 있지 않을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런던 어느 날, 네덜란드의 생화학자이자 인류학자인 프레트 스피르에게서 편지 한 통을 받았는데, 거기에는 말 그대로 '빅 히스토리'에 대한 이야기가 적혀있었다. 이 개념과 이름은 지극히 전문화된 대부분의 역사학자들과 거리를 두려고 했던 호주의 역사학자 데이비드 크리스천이 만들었다.

 

이 모든 것을 만든 기막힌 우연들 p.24

 

 

#빅히스토리 #우주 #역사 #인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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